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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 -나의 아저씨

by 김봉봉 2020. 8. 5.

본방할때는 잘 몰랐던 드라마. 아마 당시에 같은 시간대 방영되던 드라마를 봤던 것 같은데, 시작부터 여기저기 말이 많았던 드라마라서 종영까지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6월부터 넷플릭스에 서비스 되면서 한참 미루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보게되었는데 동백꽃 이후에 이렇게 좋은 드라마는 처음이었던것 같다. ost 부터 극본이 전부 하나하나 책한권을 읽는 느낌으로 진행되서 오랜만에 좋은 소설 한권을 끝낸 기분이었다. 예전에 유나의 거리라는 드라마를 끝내면서도 왠지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유나의 거리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을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가 그렇다. 후계동 패밀리와 지안이 동훈이가 어디선가 자신의 삶을 꿋꿋히 살아가고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유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도 몰랐고, 과거에 내가 그렇게 삶의 목표로 꿈꾸던 "좋은어른"이 되자라는 바람이 정말 되기 힘든 목표였구라는것도 이번에 깨닫게되었다. 사실 그런 목표를 꿈꿨던 사실도 잊어버린 채 산지도 오래되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에서 동훈같은 어른을 만난다는건 인생에서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인지도 모른다. 버거운 삶의 무게를 꾸역꾸역 짊어지고 있던 어린 지안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어떻게 키워가는지,사람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그 기회를 내어준 동훈은 지안에게 있어서 죽어서도 잊지못하는 은인이 아닐까싶다. 극이 진행되기 초반에는 동훈이 철없는 두 형제 가운데 소신있게 살아가는 가장 정상인 사람 같았는데, 마지막으로 갈 수록 아, 저런 동훈이가 되기까지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첫째형과 자기일에 두발벗고 나서는 셋째동생이 있었다는걸, 그리고 그들을 끔찍히 아끼는 후계동 친구들이 있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런 선한 영향력들이 한데 모아져 지안에게로 갔으니, 어린 지안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건 당연한 일이었을것이다. 아직도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선 진짜 사람에게 가장 멋진 순간은 저런 순간이구나 감탄하게 된다.당장에 멋진 스포츠카와 수트보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초라한 장례식을 사람들로 채워주고 고인의 지나간 자리를 말소리로 채워주는것. 시간이 지나 또 보고 또보게 될 것 같다. 고마운 드라마. 말랑말랑해진 마음이 되었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