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구독권을 언니에게 선물받은 후에 바로 읽기 시작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 하나 때문이었다. 이전 학기가 나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도 했고, 인간관계가 너무 좁고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정말정말 한국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도 문제였고, 한국에 가면 다시 돌아올때 비자 문제로 머리를 썩힐것 같아 그냥 마음을 접은 채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한국에 있는 한 호텔 내부를 소개해주는 영상을 보게 됐는데, 영상을 올리신 분이 읽는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메인은 호텔의 내부 소개였지만 나는 유독 그분이 열심히 읽던 이 책이 더 관심이 갔다. 정말 신기했다. 서점에서 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제목인데 그때는 아 저 책을 꼭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차피 한국에서 책을 시키긴 무리니 밀리의 서재에 책이 있는지만 알아보자 하고 찾아보니 다행히 책이 있었다. 정말 너무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언니에게 구독권 3개월짜리만 사주면 안되냐고 부탁을 했고, 언니가 구독권을 사주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다. 역시 기대한대로 결과는 bbbbbbbbbb.....완전 강력추천 ㅠㅠ 인생책을 만난 기분이다. 주관적인 상황이나 기분을 제외하고도 이 책은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선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1.
이미지의 설명에도 나와있듯이 저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CPR 지침서를 만들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우리가 신체를 다쳤을때 응급지침에 따라 지혈을 하고 붕대를 감고 임시방편으로 사람을 치료하듯,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마음이 다쳤을때 실시해야 하는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이것보다 더 심각하다면 전문가를 찾아야겠지만.) 부모 자식간의 관계부터 넓게는 상사와 직원까지,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까지 돌아볼 수 있도록 각 중요내용들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중간중간 실제 저자가 상담해주었거나 워크샵을 통해 받은 사연들을 보여주는데, 진짜 눈물나는 사연들이 많다 ㅠ...마지막장에 있는 6살 어린아이의 에피소드는 진짜 울면서 봤다..
2.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도 어떤 외부적인 조건과도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 마음의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사람의 삶에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
- p.29 <당신이 옳다> 정혜선-
정말 밑줄을 그은 문장이 한두개가 아니다. 각 챕터마다 너무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또 반대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고정관념이 너무 많아서 한장 한장 공부하듯 읽었다. 내가 이 책이 너무 좋다고 느낀건,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심리학 서적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말 앞에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듯 독자들에게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고차원적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심리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그랬구나, 그 아이가 그래서 나한테 서운했겠다" 라고 느낄만큼 설명을 잘 해주신다. 사실 그동안 밑도끝도없이 '괜찮아요, 울어도돼요.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해요' 식의 말만 심리학인 책들이 많아서 이런 장르의 책은 딱히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어왔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이 책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주고싶다는 마음이 생길정도로 실용적이었다.
사실 저 위의 문구가 애착이 갔던 이유는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때는 아니고 두번째로 힘든? 때였었는데 당시에 또 고3이었다. 한꺼번에 안좋은 일이 너무 많이 겹쳐서 학교도 쉬고있었던 그때 베란다로 뛰어내리라는 환청이 계속 들려와서 이러다 죽겠다 싶어 정신과를 찾았었다. 가족들 모두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반응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정신과를 찾을땐 나는 나름 기대를 했었다. 아무래도 배운사람이고 하니까 나를 잘 다독여주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의사는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했고, 무슨 설문지? 같은걸 작성하라고 하더니 다음 상담때 냉담하게 다신 여기 오지말라고 했다. (.......) 그리고 내 앞에서 울부짖던 환자를 들먹이면서 "그사람 우는거 들었죠? 여긴 그런 사람들이 오는데예요. 00씨는 설문지 결과도 안정적이고 내가 보기엔 혼자 알아서 잘 이겨낼거같아요. 다음부터 오지마세요~~" 라며 나를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과제처럼 대했다. 진짜 그것때문에 정말 큰 상처를 받고 (그땐 어리니까 흑흑 하면서 나왔지 지금이었으면 의사 머리통 쳐버렸을듯) 다음부터 상담따위는 하지 받지말아야지 다짐하게 되었다.
이후 심리학과를 들어가 공부하고 (그만두었지만)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며 정말 그 의사놈의 말처럼 홀로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시작했었다. 지금이야 나이도 있고 생활도 안정되었으니 과거일이 별거 아닌 일이었다고 말 할 수 있지만, 그땐 사는것 자체가 정말 고통이었다. 만약 그때 그 의사가 설문지나 통계학적인 결과만으로 나를 진단하지 않고 이 저자 선생님처럼 내 내부에 있는 본심, 이야기에 더 귀기울여줬다면 정말 큰 안정감을 느꼈을텐데.. ^^ (고마워요...그리고 꼭 망했길빌어요...)그때 저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다.
3. "내가 이렇게 하면 우리 부모는 반드시 이럴 것" 이라는 생각.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변하는 상황과 현실에 따라 부모도 함께 움직이는 능동적 존재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부모도 상수(常數)는 아니다.
-p.50 <당신이 옳다, 정혜선> -
이 문장은 진짜 읽다가 무릎을 탁 쳤던 부분이었다. 상수라는 저 표현이 내가 인간관계에서 범했던 실수의 모든걸 설명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그동안 우리 모두 서로를 상수로 놓고 대했던 것 같다. 아빠는 이럴거잖아, 자식이면 이래야하는데 하며 싸운 세월들이 결국에는 각자를 하나의 독립체로 인정을 하지 않아서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던 것 같다. 내 머리속에서 '옳다' 라고 정해놓은 관념대로 상대방이 행동하지 않으면 저 사람은 못배웠다, 옳지않다 등등 부정적인 평가를 해왔었는데, 사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쿨하게 버려야하는데 미련이 남아 잡았던 적도 종종 있었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갈등상황에서 상대방을 늘 변수로 놓으라고 한다. 내가 맞춰보려하지말고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서로 짝짝꿍이 맞게 맞춰보라고.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상대방을 상수로 놓고 내가 이렇게 했는데 저 사람은 고마워 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또 다르게 맞춰줬는데도 달라지는게 없어요! 라고 화를 낸다고 한다. 사람은 내맘같지 않고, 그 사람이 내맘같지 않은게 싫다면 그사람을 버리면 되고 그에따라 그 사람이 주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얻는다고 한들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90프로의 인간관계를 상대방을 상수로놓고 혼자 지지고 볶고 난리친듯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해서 버린 인연이 몇개인지 손으로도 셀 수 없는데, 어찌보면 정말 철없는 행동인 것 같다. 앞으로는 좀..생각을 하고 똑똑하게 갈등상황을 정리해나가야겠다.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는데, 요점은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라는것이다. 가족들이 돌려봐도 좋고,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봐도 너무 좋은 책인것 같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래도 이 책대로 사람들이 솔직하게 서로를 대한다면 조금은 더 아름다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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