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by 김봉봉 2020. 6. 11.

유튜브는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의 비디오를 랜덤으로 보여준다. 가끔씩 실수로 보게된 웃긴 채널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비디오를 계속해서 추천해주고, 만약 내가 글쓰기에 관련한 비디오를 본다면 또 그것 나름대로 추천을 해준다. 유튜버 돌돌콩으로 활동하는 전선영씨는 어느날 새벽 무료함으로 뒤척이던 나에게 유튜브가 추천해준 사람이었다. 안그래도코로나 덕에 시간도 많이 남는데, 건강한 취미나 가져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청한 그녀의 일상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매일 아침 네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아침 일기를 쓰는 그녀는 영어도 수준급이었고 미국의 아주 예쁜 숲속마을에 살고있었다. 우와! 감탄이 나오는 그녀의 삶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한결같이 꾸준히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구독자 중 한분이 책을 읽고 채널을 찾아 왔다는 댓글을 보게되었다. 책도 냈단 말인가............하며 혹시나 밀리의 서재에 운이좋게 그녀의 책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결과는 기쁘게도 당첨! 그녀의 책이 이북으로 나와있었다.

 

그날밤 나는 두시간동안 책을 천천히 읽었고 잠깐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 나머지 부분을 모두 읽었다. pdf 형식이라 밑줄을 못치는게 아쉽긴 했지만 북마크 기능으로 열심히 마음에 드는 부분도 찍어놓았다. 책 자체가 어려운책도 아니고 에세이 형식이라 읽기도 편했지만 내가 이 책이 좋다고 느낀점 중 하나는 이 책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달랐다는 점이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묘사하는 과정이나 그 노력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일반적으로 아이비리그 열곳에 합격하다! 와 같이, 자기 계발을 독려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형식의 책들과 다른 노선을 타는 이유는 바로 "꾸준함"에 있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가 퀴즈를 보는 그녀의 성적은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적은 4점이었고, 이후 이 성적은 계속해서 오르지 않고 정체된 채 유지된다. 반에서 1등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낸 적도 있었지만, 그녀의 유학생활은 아시아인 최초로 회장을 한다거나, 전체수석을 하는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녀는 그자리에서 꾸준히 자신의 최선을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고 지겨운 느낌이 들다못해 몸이 아파올때에도 그녀는 단순한 그 삶의 패턴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노력의 겹을 쌓아간다. 결국 바라던곳에서 취업을 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해피엔딩 같지만, 그녀에게는 삶이란 매일매일의 도전이며, 꾸준히 이어가는 실타래 같은 느낌이었다.

 

시험에 턱걸이로 겨우 합격해 졸업장을 가지게되었고,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인정받아 회사에도 들어갔지만, 언제나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그녀는 내가 무엇이 되겠다, 이곳에서 인정받아 높은곳까지 올라가겠다 의 개념보다는 늘 자기 자리에서의 노력을 중시한다. 그게 타인의 눈에서는 "겨우 해낸게 이정도야?" 라고 할지라도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의 삶의행복이 있고 열심히 살아간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얼마나 잘 살아왔나? 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이렇게 최선을 다한적이 있나? 가 가장 먼저 질문으로 떠올랐다. 세상의 많은 분야를 통틀어서 한 분야라도 내가 노력을 많이 기울인 적이 있나? 언제나 발만 담그고 내 뺀적만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어쩌면 내가 바라거나 혹은 세상이 바라는 결과의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않았나 싶었다. 요즘 하는 요가도 내가 25살에 시작했던 요가를 꾸준히 해왔다면 지금 그래도 강사 자격증이라도 가지고있지 않았을까 싶기도하고...블로그도 계속해왔다면 그래도 뭐라도 되지않았을까 싶은 후회도 밀려왔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제부터 다시 하면 되는거지. 그래서 오늘 아침도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요가를 하고 밀어뒀던 영어책을 꺼내 공부를 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내 머리속 내 몸속 어느 한켠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필요할때 뿅 하고 나타나는 지식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해외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이런 책이 참 고맙고 위로가 된다. 요즘 회사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에게도 추천해줘야겠다.

실패를 많이 하고 그 실패에 익숙해져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더 많이 길러보자고. 

 

이제 나도 꾸준히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습관들을 형성해나가야지.